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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2011년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가 주연한 영화판을 이미 본 적이 있었고, 그 영화에서 받은 인상이 썩 강렬하지 않았거든요. 넷플릭스가 같은 원작을 드라마 시리즈로 다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굳이?'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14개 에피소드 형식이 영화가 절대로 줄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했고, 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이 예상보다 훨씬 설득력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히 '좋았다, 나빴다'를 넘어 이 드라마가 원작 소설, 그리고 영화판과 어떤 지점에서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감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작품 기본 정보
| 항목 | 내용 |
|---|---|
| 제목 | 원 데이 (One Day) |
| 플랫폼 | 넷플릭스 |
| 공개 연도 | 2024 |
| 원작 | 데이비드 니콜스 동명 소설 (2009) |
| 주연 | 앰비카 모드, 레오 우드올 |
| 에피소드 | 14부작 |
| 장르 | 로맨스 드라마 |
| 국가 | 영국 |
2024년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드라마는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자 니콜스가 직접 각본에 참여했다는 점이 이전 영화판과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에마 모얼리 역에 앰비카 모드, 덱스터 메이휴 역에 레오 우드올이 캐스팅되었으며, 두 배우 모두 이 작품 이전까지는 대중에게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앰비카 모드와 레오 우드올 — 기대 이상이었던 이유
캐스팅 발표 당시 두 배우 모두 대중에게 낯선 이름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원작 소설의 에마와 덱스터는 독자마다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된 인물들이고, 영화판에서 앤 해서웨이의 영국식 억양 문제가 크게 지적받았던 전례도 있어서 배우에 대한 시선이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앰비카 모드의 에마는 초반부터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에마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덱스터에 대한 애정이 표정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과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드러내는 방식이 원작 소설 속 에마의 복잡한 내면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레오 우드올의 덱스터는 초반에 다소 가볍게 느껴졌는데, 이건 캐릭터 자체가 원래 그런 인물이라 배우의 문제라기보다 원작 충실도의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오히려 덱스터가 점차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중반 이후의 흐름에서 우드올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두 배우 사이의 케미는 처음에는 어색하다 싶었는데, 에피소드가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게 14부작이라는 형식의 힘이기도 합니다.
7월 15일이라는 장치 — 강점인 동시에 한계
이 드라마의 핵심 구조는 매년 7월 15일, 같은 날짜에 두 사람의 현재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원작 소설에서 가져온 이 장치는 서사적으로 매우 영리한 선택입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한 해가 지나가기 때문에, 인물들의 변화가 '서서히'가 아니라 '비교'로 느껴집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활기차던 인물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지쳐 있을 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청자가 직접 채워 넣게 됩니다.
이 방식이 작동하는 순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 있는 해와 다시 가까워지는 해 사이의 대비는, 영화판이 시간을 압축해서 처리할 때보다 훨씬 더 감정적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 구조 덕분에 드라마판이 영화판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 장치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습니다. 어떤 에피소드는 그 해에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 없다 보니 이야기의 밀도가 현저히 낮아집니다. 1년에 하루라는 제약이 특정 에피소드에서는 오히려 서사를 늘어지게 만들었고, 그런 회차에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졌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이 '밀도 차이'를 편집이나 연출로 보완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중반부에 두세 개 있었다는 것입니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거리 — 니콜스가 직접 쓴 각본의 의미
원작자 데이비드 니콜스가 직접 각본을 맡았다는 사실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의식하게 됩니다. 소설의 대사와 장면이 그대로 살아 있는 부분이 많고, 원작 팬이라면 반가운 장면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판이 소설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도 결말부의 처리 방식에서 원작과 상당히 달랐던 것에 비해, 드라마판은 소설에 훨씬 충실합니다.
그러나 원작 충실도가 항상 장점만은 아닙니다. 소설에서는 내면 묘사와 문장 자체가 감정을 전달하지만, 드라마는 그것을 시각화해야 합니다. 몇몇 장면에서 원작의 감정이 영상으로 충분히 번역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에마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소설에서 글로 읽을 때 훨씬 풍부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미묘함이 다 살아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건 각본보다 연출과 편집의 문제에 가까웠다고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반대로, 소설을 읽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이 드라마가 충분히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오히려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편이 결말의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영국 로맨스가 주는 분위기와 촬영
드라마의 배경은 1988년부터 시작해 2000년대까지 이어집니다. 에든버러, 런던, 파리 등 다양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각 시대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상당한 공이 들어간 것이 느껴집니다. 특히 90년대 런던의 질감은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잘 살아 있었습니다.
촬영 측면에서는 화려하거나 독창적이기보다는 인물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표정을 가까이 잡는 방식이 반복되는데, 이게 단조롭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두 배우의 감정 표현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다만 시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독특한 구도는 많지 않아서, 영상미를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는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말과 감정의 무게 — 이 드라마가 남기는 것
결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원작 소설을 읽은 분이라면 드라마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기대했던 것과 달랐던 부분은 결말 자체보다 결말 이후의 처리 방식이었습니다. 소설에서 결말 이후의 여운이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 반면, 드라마는 그 부분을 비교적 간결하게 마무리합니다. 이게 깔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감정적으로 덜 소진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가 끝난 뒤 소설을 다시 꺼내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건 드라마가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이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20년 넘게 따라가는 이 이야기는 로맨스 장르이지만 실은 '시간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드라마는 그 핵심을 충분히 전달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이런 분들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 원작 소설 『원 데이』를 읽고 영상화가 궁금한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니콜스가 직접 쓴 각본이라 소설의 맛이 살아 있습니다.
- 영화판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분에게도 드라마판은 충분히 다른 경험을 줍니다. 14부작 형식이 인물의 변화를 훨씬 풍부하게 담아냅니다.
- 느린 전개를 즐기지 못하는 분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중반부 일부 에피소드는 밀도가 낮습니다.
- 강렬한 시각적 연출이나 빠른 전개를 원하는 분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감정의 축적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 잔잔하지만 감정적으로 묵직한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14개 에피소드가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결론 — 14년의 기다림을 14개 에피소드에 담아낸 드라마
넷플릭스 원 데이는 처음 기대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습니다. 영화판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았던 저로서는 솔직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14부작이라는 형식이 이 이야기에 딱 맞았고, 두 배우는 낯선 이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에마와 덱스터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만 중반부 일부 에피소드의 밀도 문제와, 소설에서 글로 읽을 때 더 풍부했던 내면 묘사가 영상에서 완전히 살아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드라마는 빠른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보다, 감정이 천천히 쌓이는 방식을 좋아하는 시청자에게 맞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은 분이라면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고,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 자체의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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