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이 영화를 '수면 공포물'이라는 장르 키워드로 접근했습니다. 잠을 자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편, 그것을 지켜보는 아내라는 구도는 얼핏 보면 익숙한 공포 서사처럼 보였거든요. 귀신이 나오거나, 빙의가 일어나거나, 아니면 심리 스릴러 특유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건 공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이 부부가 서로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2023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며 일찍부터 주목받았고, 국내 개봉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관객들 사이에서 해석이 엇갈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해석의 갈림길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영화가 실제..
처음 곡성을 보기 전에 저는 이 영화를 단순히 '귀신 나오는 공포 영화' 정도로 짐작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격자와 황해를 이미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어둡고 거친 분위기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장르 자체가 오컬트 미스터리로 소개되다 보니 '무섭고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는 해결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관객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그게 처음에는 당혹스러웠고, 나중에는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곡성이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믿음'을 흔드는지, 배우들의 연기가 서사 구조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왜 여전히 회자되는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