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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리뷰|복수의 끝에 남은 것, 폭력의 악순환, 이병헌과 최민식의 대결 구도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솔직히 '잘 만든 복수 스릴러'를 기대했습니다. 이병헌이 약혼녀를 잃고 살인마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인 액션 복수극처럼 읽히기 때문입니다. 김지운 감독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연출은 탁월하겠지 싶었고, 최민식이 악역이라니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복수에 성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복수를 선택한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카타르시스 대신 불편함이 남았고,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복수는 완성됐는가, 아니면 시작됐는가악마를 보았다의 핵심은 복수의 완성이 아니라 복수의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주인공 수현(이병헌)은 연쇄살인..

영화리뷰 2026. 9. 5. 21:00
공동경비구역 JSA 리뷰|도토리 봉지와 사진 한 장, 판문점 경비실, 총성 이전의 시간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분단 소재 영화 특유의 무거움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판문점, 남북 병사, 총격 사건이라는 키워드만 보면 교과서 같은 비극 서사가 펼쳐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총성이 아니었습니다. 북한 경비실 안에서 네 명의 병사가 옹기종기 앉아 과자를 나눠 먹고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었어요. 그 순간이 오히려 영화 전체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어떻게 분단을 '사건'이 아니라 '관계'로 다루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떤 공간과 소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지를 중심으로 씁니다.항목내용제목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개봉2000년 9월감독박..

영화리뷰 2026. 9. 4. 17:00
기생충 리뷰|계단과 반지하의 서사 구조, 송강호·이선균 연기, 수직 공간 미장센, 봉준호 전작 비교, 추천 대상

처음 기생충을 보기 전에는 솔직히 '또 다른 계층 비판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는 분명 있었지만, 칸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쏟아진 '역대급 걸작'이라는 수식어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계층을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사실 공간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 하나하나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물의 운명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영화가 왜 그렇게 오래 회자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그 공간 설계의 논리, 배우들의 연기가 서사와 맞물리는 지점,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과 어떤 맥락 위에 놓여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항..

영화리뷰 2026. 8. 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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